- 내 인생의 일 순위는 너야. 너 있는 대로 고통 주고 나온 자식, 난 예뻐라 할 수 없어.
- 혹시 엄마 현수한테 뭐 기분 나쁜 일 있었어요?
- 현수가 뭐라고 해?
- 그럴 애예요? 제 느낌이에요. 오늘따라 엄마, 현수 대하시는 게 좀 이상해서요.
눈도 잘 안 마주치시고. 현수, 뭐 잘못했어요?
- 상관 마라. 집안 여자들끼리 문제야.
- 집안 여자들이 아니라 제 엄마와 제 와이프 문제죠.
현수가 엄마한테 뭐 잘못한 게 있더라도 너무 스트레스 주지 마세요.
- 뭐야?
- 성품 착한 앤 거 누구보다 엄마가 잘 아시잖아요.
거기다 마음까지 여린 앤데.. 애 상처 주지 마시라고요.
- 모른 척할 순 없니?
- 그러려고 했는데 애가 너무 전전긍긍하니까 안쓰러워서 못 보겠어요.
- 어휴.. 넌 참 현수 생각이라면 끔찍하구나.
- 당연하죠. 걔 대신 죽을 수도 있는 걸요?
- 넌 아직도 현수가 그렇게 좋아?
- 엄만, 그걸 말이라고..
- 신기해서. 너 현수 전에도 이렇게 좋아했던 여자, 여럿 있었잖아.
헌데 다들 지겹다고 때려치우더니 어떻게 현수에 대한 마음은 변하지를 않아?
- 저도 미스터리에요. 이상하게 현수가 옆에 있어야만 마음이 편해요.
그러다가 걔, 눈에서 안 보이면 막 불안하고. 여우한테 홀린 거 같아요.
- 조금도 안 식었어?
- 글쎄.. 뭐 떨리는 마음이야 예전만 못하죠.
그치만 걔가 안 보이면 불안한 마음은 어떻게 갈수록 더 커지네요.
- 네가 좀 괜찮은 여자여야 말이지. 네가 나 홀린 거처럼 우리 엄마도 너한테 홀렸나 보지, 뭐.
- 남들도 알아요? 아주버니 이런 모습?
- 내 모습이 어떤데요?
- 솔직히 우리끼리 말이지만 아주버님, 엄청 차갑거든요.
근데 어쩜 형님한텐 이렇게 다정하세요?
- 글쎄요. 내가 그랬나.
- 어. 상당히 그래. 형은 마마보이가 아니라 와이프 보이.
아, 저번에 형수 독감 걸렸을 때. 형 잘하면 아주 울겠더라고.
- 내가 언제 인마.
- 뭐어얼.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, 그러면서 막. 눈까지 막 빨개지던데?
- 아유, 이 자식이.. 없는 말을 지어내!
- 너 괴롭히면서 하는 짓은 그 어떤 것도 용납 못 해.
- 너 얼마나 쉬워 보였으면 그런 놈들 타겟이 돼? 정신 바짝 차리고 다녔어야지!
- 형은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억지야?
- 전화는? 연락 한 통은 해줄 수 있었잖아.
- 가방을 소매치기당해서 휴대폰을 잃어버렸어.
그리고 넘어지면서 머리를 좀 부딪혀서 의식도 없었고.
- 어떤 새끼야? 그놈 잡았어?
- 모르겠어. 깨어나 보니 응급실이더라고. 누가 나 병원에 옮겨주고 갔나 봐.
- 집에서 이럴 게 아니라 병원 가서 정밀검사를 받자니까.
- 아니야. 한숨 자면 괜찮아질 거야. 그만 회사 가봐. 어머니도요.
- 저 오늘 하루 빼주세요. 저 현수 옆에 있어 야겠어요.
- 너 정말.. 혼자서 괜찮겠어?
- 그렇다니까. 자고 싶어.
- 알았어. 내 미팅 끝나면 바로 들어올게.
- 응.
- 좀 어때?
- 괜찮아. 손은 왜 이래?
- 너 경찰서에 가출 신고 하러 갔다가 좀 흥분해서 유리를 깼어.
- 그래도 당신한텐 내가 진짜 사랑을 받았구나..
- 무슨 소리야? 그럼 이 집에서 널 가짜로 사랑하는 사람도 있어?
- 어머닌 언제 오셔?
- 벌써 출발하셨을걸. 너 때문에 일이 손에 안 잡히신댄다.
...봐. 오셨지?
- ...
- 뭐에요?
- 토종닭에 전복, 낙지가 들어간 해신탕. 우리 현수 몸보신 좀 시켜주려고.
- 아.. 내가 졌네. 난 그저 현수 빨리 보고 싶은 생각에 아무것도 못 들고 들어왔는데.
암튼 우리 집에서 너 생각하는 사람은 우리 엄마가 갑이다.
- ...
- 안 받아도 될 상처, 받게 하고 싶지 않아. 그러니까 절대 하지 마.
- 저기.. 엄마하고 얘기 좀 하자.
- 아니요. 안 하시는 게 좋을 걸요? 지금 저하고 얘기해봤자 제 입에서 좋은 소리 안 나갑니다.
- 수호야..
- 저하고 얘기하시려면 현수 데려다 놔요. 데려놓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 구하세요.
저하곤 그다음에 얘기하시죠. 그전까진 저.. 건드리지 마세요.
- 네 형수.. 어디 갈만한데 없냐?
- 그건 왜?
- 왜 그래도 너랑 네 형수.. 단둘이 자주 비밀 얘기도 하고 그랬잖아.
혹시 어디 아는 데 있나 해서.
- 형수가 갈 데가 어디 있어. 우리 집이 형수 집이고 우리를 자기 피붙이처럼 생각하는 사람인데..
형수님 고향이 어디랬지? 통영이랬나? 혹시 거기 내려가신 거 아니야?
- 거긴 아니야. 지금 거긴 아무도 없어. 장모님도 미국에 계시고.
- 그럼 미국에 전화를 한번 해봐. 형수님, 엄마한테 전화했을 수도 있잖아.
- 번호 몰라.
- 너무하네. 장모님 연락처를 몰라? 형수님이 우리한테 어떻게 했는데..
그럼 형은 결혼하고 장모님한테 전화 한번 안 드렸다는 거야?
- ...